명절이 되면 며칠 동안 밥상이 평소보다 세 배는 커집니다. 그 밥상 앞에서 아이한테 뭘 줘도 되는지 헷갈리는 게 두 가지예요. 떡, 그리고 전. 답부터 드리면 떡은 만 4세 전에는 안 주는 게 원칙이고, 4세가 넘으면 새끼손톱만 하게 잘라서 앉혀 놓고 줍니다. 전은 가시와 완두콩만 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저희도 처음 알았습니다. 떡 때문에 119를 부르는 사람 열에 여덟이 아이가 아니라 어르신이라는 걸요. 그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떡으로 119 부르는 사람, 열에 여덟은 어르신
소방청이 올해 2월에 5년치 구급 기록을 풀었습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떡이나 음식이 목에 걸려 119가 출동한 게 1,487건, 병원으로 실려 간 사람이 1,196명입니다. 그중 60세 이상이 998명, 83.5%예요. 0세부터 7세까지 아이는 52명이었습니다.
소방청 구급통계 2021~2025 · 1,196명 중 998명 · 0~7세는 52명
설 연휴만 따로 보면 더 기웁니다. 5년 동안 설 연휴에 실려 간 31명 중 29명이 60세 이상이었어요. 아이 떡 그릇을 챙기실 때 할머니 접시도 같이 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가 약하고 침이 적으면 떡이 더 잘 붙거든요.
아이 쪽 숫자가 작다고 마음 놓을 건 아닙니다. 52명이면 매년 열 명입니다. 그리고 실려 간 1,196명 중 455명이 심정지였습니다. 걸리면 가볍게 끝나는 사고가 아니에요.
왜 하필 떡인가요
미국소아과학회가 2010년에 “4세 전에는 주지 말 것” 목록을 냈습니다. 핫도그, 견과류, 씨앗, 포도, 생당근, 팝콘, 딱딱한 사탕, 마시멜로, 땅콩버터 덩어리, 껌. 떡은 없습니다. 미국에 떡이 없으니까요.
대신 마시멜로와 땅콩버터 덩어리가 왜 올라 있는지 보시면 됩니다. 씹어도 잘게 안 나뉘고, 침에 닿으면 오히려 뭉치고, 목에 붙으면 안 떨어지는 음식. 송편, 인절미, 절편이 정확히 그 칸입니다. 그래서 떡은 잘라도 안전해지는 폭이 작습니다. 크기보다 성질이 문제라서요.
어린이집 급식표를 보면 현장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송파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의 2026년 추석 특식 안내는 3~5세에게만 송편을 주고, 1~2세에게는 유과만 줍니다. 급식소가 그렇게 나눴으면 집에서도 그 선이 맞습니다.
명절 밥상, 나이별로 이렇게 나눕니다
| 음식 | 만 4세 전 | 만 4세 후 |
|---|---|---|
| 송편·인절미 | 안 줘요 | 새끼손톱 크기 |
| 잣·땅콩·호두 | 안 줘요 | 잘게 다져서 |
| 포도·방울토마토 | 세로 4등분 | 반으로 |
| 갈비·산적 | 결대로 찢어서 | 한입 크기 |
| 생선전·동그랑땡 | 가시·완두 빼고 | 그대로 |
표에서 하나만 꼽으라면 포도입니다. 명절 과일 바구니에 늘 들어 있고, 동그랗고, 미끄럽고, 크기가 딱 아이 기도만 해요. 영국 소아과 의사들이 통포도에 걸린 아이 사례를 모아 학회지에 “제발 알아 달라”는 제목으로 글을 낸 적이 있을 정도예요. 핫도그와 사탕 다음으로 많이 걸리는 음식이 포도라고요. 세로로 길게 4등분하면 됩니다. 반으로만 자르면 아직 둥급니다.
자르는 것보다 앉히는 게 먼저
명절에 아이가 뭘 먹다 걸리는 상황은 대개 비슷합니다. 손에 송편 하나 들고 거실을 뛰어다니다가, 웃다가, 사촌이랑 장난치다가. 그래서 뭘 주느냐만큼 어디서 먹느냐가 큽니다.
떡 접시와 견과 그릇은 상 안쪽, 아이 손이 안 닿는 데.
그리고 제일 어려운 게 하나 남습니다. 아이 보는 사람 한 명을 미리 정하는 거예요. “다 같이 보자”는 아무도 안 보는 겁니다. 명절엔 어른이 많아서 오히려 그래요. 전 부치는 사람 말고, 손 비는 사람 한 명을 지목해 두세요.
그래도 걸렸을 때
먼저 기침을 하는지 봅니다. 기침을 하고 소리가 나면 기도가 완전히 막힌 게 아닙니다. 등을 두드리지 말고 기침을 하게 두세요. 손가락으로 입 안을 훑는 건 안 됩니다. 안 보이는 걸 더 밀어 넣습니다.
기침을 못 하고, 소리가 안 나고, 얼굴이 파래지면 그때 처치입니다. 나이에 따라 다릅니다.
등 두드리기 5번.
뒤집어서 젖꼭지 선 바로 아래 두 손가락으로 가슴 누르기 5번.
나올 때까지 반복.
배는 누르지 않습니다. 간이 커서 다칩니다.
안 나오면 주먹을 배꼽과 명치 사이에 대고 안쪽 위로 밀어 올리기 5번.
번갈아 반복.
축 늘어지면 눕히고 심폐소생술, 119.
대한심폐소생협회 2020년 지침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떡이 나왔어도 병원에 갑니다. 세게 누른 배가 다쳤을 수 있고, 조각이 폐로 들어갔을 수 있어서요.
전 많이 먹고 배 아프다고 할 때
명절에 소아과 문 두드리는 일은 사실 떡보다 이쪽이 훨씬 많습니다. 동그랑땡 여섯 개, 갈비 두 대, 식혜 한 컵, 그리고 사촌이 준 초콜릿. 밤에 배 아프다고 웁니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조혜경 교수가 설 연휴 앞두고 한 말이 제일 쓸 만합니다. 토하거나 배 아파하면 두세 시간 아무것도 안 먹이고, 그 뒤에 소화 쉬운 것부터 조금씩. 물은 계속 줍니다. 배가 계속 아프거나 토가 반복되면 그날 문 연 소아과를 찾는 게 맞고요.
하나 더.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은 명절에 시작하지 마세요. 새우전, 잣, 호두 송편이 대표예요. 두드러기가 나도 명절엔 어느 병원이 문을 열었는지부터 찾아야 합니다. 새 음식은 평일 오전, 집에서.
“한 입만 먹어 봐” 하는 친척한테
명절 밥상에서 아이가 안 먹는다고 큰일 나지 않습니다. 지난번 편식 글에서 말씀드린 그대로, 하루이틀 굶다시피 해도 아이는 다음 주에 알아서 채웁니다.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한 입만”을 스무 번 듣는 상황이에요.
이 대사는 부모가 대신 해 주시면 됩니다. “지금은 배불러서요, 이따가 줄게요.” 아이 입에 억지로 넣는 것도, 아이한테 거절을 시키는 것도 명절엔 둘 다 무리입니다.
자주 받는 질문
Q. 송편 소만 빼고 떡피만 주면 되나요?
아니요. 문제는 소가 아니라 떡피예요. 침에 닿으면 뭉치는 성질은 소를 빼도 그대로입니다. 4세 전이면 안 주시는 게 맞고, 대신 유과나 으깬 고구마를 주세요.
Q. 목에 걸린 것 같은데 기침을 해요. 등을 두드릴까요?
두드리지 마세요. 기침이 나온다는 건 공기가 지나간다는 뜻이라 스스로 뱉을 확률이 높습니다. 기침이 멎고 소리가 안 나면 그때 위 카드대로 하시면 됩니다.
오늘 하나만 하신다면, 명절 전에 포도 자르는 법 하나만 식구들한테 알려 두세요. 세로로 4등분. 그리고 떡 접시는 상 안쪽으로, 할머니 떡은 작게. 그거면 됩니다.
참고 문헌
- 소방청. 설 연휴 앞두고 떡·음식물 기도막힘 사고 주의 당부(구급통계 2021~2025년 분석). 보도자료. 2026년 2월 2일. 원문 보기
- Committee on Injury, Violence, and Poison Prevention,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Prevention of choking among children. Pediatrics. 2010;125(3):601-607. doi:10.1542/peds.2009-2862
- Lumsden AJ, Cooper JG. The choking hazard of grapes: a plea for awareness. 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 2017;102(5):473-474. doi:10.1136/archdischild-2016-311750
- Lee J, Kim DK, Kang EK, et al. 2020 Korean Guidelines fo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Part 6. Pediatric basic life support. Clinical and Experimental Emergency Medicine. 2021;8(S):S65-S80. doi:10.15441/ceem.21.026
- 송파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2026년 9월 식단 안내, 추석 특식(9월 23일) 연령별 제공 기준.
- 이대목동병원. 설 연휴 안전 수칙과 건강 관리법(응급의학과 이재희 교수, 소아청소년과 조혜경 교수). 2026년 2월, 언론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