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일으킵니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이라 바이러스에는 듣지 않습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바이러스인지 세균인지를 검사로 가려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침은 감기 뒤 코 안쪽(부비동)까지 세균 감염이 번졌는지 의심할 때 쓰는 증상의 경과 기준 세 가지를 정해 두었습니다. 귀나 목의 세균 감염은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알고 가시면 아이 상태를 더 정확하게 전달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아이들은 얼마나 항생제를 먹고 있을까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4년 7월에 공개한 2023년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를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 연도 |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 |
|---|---|
| 2002년 | 73.33% |
| 2022년 | 32.36% |
| 2023년 | 41.42% |
20여 년에 걸쳐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다시 올라갔습니다. 2023년 한 해에만 9%p가 늘었습니다.
감기 환자 열 명 중 네 명이 항생제를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더 높습니다. 같은 평가에서 영유아는 48.68%, 소아청소년은 42.89%였습니다.
세균 감염을 의심하는 세 가지 경우
미국소아과학회의 세균성 부비동염 지침이 정리한 기준입니다. 국내 소아 지침도 같은 틀을 씁니다.
| 유형 | 어떤 모습인가 |
|---|---|
| 오래 끈다 | 콧물이나 낮 기침이 10일 넘게 좋아지는 기색 없이 이어진다 |
| 처음부터 심하다 | 감기 초기부터 39℃ 이상 고열과 고름 같은 콧물이 3일 연속 이어진다 |
| 좋아지다 다시 나빠진다 | 감기가 낫는 듯하다가 열이 다시 나거나 콧물·기침이 갑자기 심해진다 |
세 번째가 가장 놓치기 쉽습니다. 아이가 며칠 괜찮았다가 다시 처지면 “감기가 또 걸렸나” 싶은데, 지침에서는 이걸 세균 감염을 의심하는 신호로 봅니다.
거꾸로 말하면, 콧물 색이 누렇다는 것만으로는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지침의 첫 번째 기준은 콧물 성상을 따지지 않습니다. 바이러스성 감기에서도 며칠 지나면 콧물이 누렇거나 초록빛을 띱니다.
병원에서 이렇게 말해 주세요
위 세 기준은 전부 시간의 흐름을 봅니다. 진료실에서 의사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정보이기도 합니다.
| 전달할 것 | 예시 |
|---|---|
| 언제 시작했는지 | “콧물이 지난 주 화요일부터요” |
| 열의 경과 | “첫날 많이 높았다가 이틀째부터 미열이에요” |
| 좋아졌다 나빠졌는지 | “금요일엔 거의 나았는데 어제부터 다시 열이 나요” |
| 콧물 성상 | “처음엔 맑았는데 사흘째부터 누렇게 나와요” |
“감기 걸렸어요”보다 이쪽이 훨씬 많은 정보를 줍니다. 열이 언제 시작해서 어떻게 변했는지를 메모해 두시면 좋습니다. 며칠 지나면 기억이 흐려집니다.
판단은 진료하는 의사가 합니다. 부모가 할 일은 판단에 필요한 재료를 정확히 건네는 것입니다.
항생제를 많이 먹으면 더 자주 아플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직 답이 갈립니다.
영유아기 항생제 노출과 이후 천식을 다룬 52개 연구를 모은 분석에서 연관성이 나왔습니다. 오즈비 1.37이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항생제를 먹은 아이는 애초에 아팠던 아이입니다. 자주 아픈 체질이라 항생제를 자주 먹은 것인지, 항생제 때문에 더 자주 아프게 된 것인지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연구자들은 이걸 적응증에 의한 교란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분석에서 이 문제를 고려한 연구만 모아도 오즈비 1.19로 연관은 남았습니다. 반면 아이 424명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병원에 간 횟수를 보정하자 연관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항생제가 아이를 더 약하게 만든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동시에 “필요 없을 때도 그냥 먹이자”의 근거도 되지 못합니다. 필요할 때 쓰고 아닐 때 안 쓰는 것, 그게 지금 답할 수 있는 선입니다.
이 글을 이렇게 읽지 말아 주세요
처방받은 항생제를 중간에 끊거나, 의사의 판단을 거부하는 근거로 쓰시면 안 됩니다.
세 가지 기준은 의심하는 기준이지 진단이 아닙니다. 실제 판단에는 진찰 소견과 아이의 나이, 기저질환, 유행 상황이 함께 들어갑니다. 기준에 안 맞아 보여도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 경우에는 기준을 따지지 마시고 바로 진료를 받으세요.
| 이럴 때는 바로 병원으로 |
|---|
|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숨소리가 거칠 때 |
| 생후 3개월 미만 아기가 열이 날 때 |
| 물을 못 마시거나 소변이 확 줄었을 때 |
| 축 처져서 깨워도 반응이 흐릴 때 |
| 목이 뻣뻣하거나 경련이 있을 때 |
자주 받는 질문
콧물이 누런데 항생제를 받아야 하나요?
색만으로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성 감기에서도 며칠 지나면 누렇게 변합니다.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지가 기준입니다.
항생제를 받았는데 안 먹여도 될까요?
임의로 중단하지 마세요. 처방 이유가 궁금하시면 그 자리에서 물어보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아이가 너무 자주 아픈데 문제가 있는 걸까요?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가 1년에 감기를 여러 번 앓는 건 흔한 일입니다. 다만 같은 부위에 반복되거나 회복이 유난히 더디다면 소아과에서 한 번 살펴볼 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상태에 대한 판단은 진료하는 의사에게 맡겨 주세요.
참고 문헌
진단 기준과 국내 지침
- Wald ER, Applegate KE, Bordley C, Darrow DH, Glode MP, Marcy SM, Nelson CE, Rosenfeld RM, Shaikh N, Smith MJ, Williams PV, Weinberg ST;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the diagnosis and management of acute bacterial sinusitis in children aged 1 to 18 years. Pediatrics. 2013;132(1):e262-e280. PMID 23796742 doi:10.1542/peds.2013-1071
- 질병관리본부 연구용역(대한소아감염학회 등 8개 학회 참여). 급성 상기도 감염 항생제 사용지침 개발(소아). 2016. 원문 보기
국내 처방 현황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 2024년 7월 공개. 원문 보기
항생제 노출과 이후 건강
- Zhang Z, Wang J, Wang H, Li Y, Jia Y, Yi M, Chen O. Association of infant antibiotic exposure and risk of childhood asthma: a meta-analysis. World Allergy Organization Journal. 2021;14(11):100607. PMID 34934469 doi:10.1016/j.waojou.2021.100607
- Su Y, Rothers J, Stern DA, Halonen M, Wright AL. Relation of early antibiotic use to childhood asthma: confounding by indication? Clinical & Experimental Allergy. 2010;40(8):1222-1229. PMID 20545705 doi:10.1111/j.1365-2222.2010.03539.x
